
피아노치는 옆 모습이
나랑
닮았다.
닮았다...
닮았다.....
Sorry.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수'를 들라면,
단연 이적이다.
이적은 다른 가수들과 확연히 다른데
그가 엄청나게 삶에 대해 진지하면서
과장되고 현란하지 않은 진정한 철학을 보여준다는데에 있다.
한마디로
이적은 생각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다.
집에오는 우울한 길목에서
자신의 꿈을 그리며 '달팽이'를 노래하고
한강이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다
우울한 마음에 피아노를 치면서
다리를 건너는 차량들을
'헤드라잇 강물' 로
묘사할 수 있는 것도
그가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세상을 고민하지만,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을 어설프게 성토하지 않으며
'세상과 맞딱드린 나' 의 모습을
평범한 단어들로 치열하게 그려낸다.
중학교 3학년 오후 4시 30분
무지개빛 색깔로 나뉘어진 TV화면 조정시간에
흘러나오던 배경음악 '아무도' 는
마치 정신분열증과 공황장애를 겪듯
외로운 심리와 불안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전 세대에 거쳐 길이 역사에 남을
역사적인 아티스트가 된 지금에도
그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삶에 대한 고민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와 절망
미래와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과 욕망
순간순간 엄습해 오는 외로움과 강하게 떨리는 불안
하지 못함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후회.
이적은 여전히 생각이 많다.
그는 분명 많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분명 끝없이 치고올라오는 욕망과 치열히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는 분명 누구보다도 강한 욕망과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적의 노래를 듣고 자랐고
그의 노래에 파묻혀 살았으며
나의 피아노는 그의 노래들을 반주하는 것으로 행복하다.
나는 그와 다른 분야에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적은 곧 나의 모습이다.
나는 내 머릿속 이적을 나와 동일시하며 자랐고
그래서 그를 만나지 않았지만 그를 잘 알 수 있다.
이글에 나타난 이적이 실제 이적과 달라도 상관없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앨범에 담았고
나는 그의 앨범을 이렇게 해석했다.
소통이 가지는 한계사이에서
진심이 왜곡될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
어쨌든
나의 삶은 이적의 노래 가사 하나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미안해'하는 그의 마음도
잠들며 꿈을 꾸는 '거위의 꿈' 도
집으로 향하는 우울한 '달팽이'도
비가 오는 날 눈물을 흘리게 하는 'Rain'도
가끔씩 찾아오는 불안의 순간 내 주변의 '아무도' 없는 것도
논문을 읽으며 느껴지는 'Dead End'의 순간도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적과
나의 고민이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런진 모른다.
세상물정 모르고 공부만 해온 범생이어서?
원래 매 순간 생각이 넘쳐나는 사람이라서?
누구보다 철학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아니면
맨날 이적의 노래만 듣고 지내서?
한량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바람처럼 살아도 좋지만,
긴장한 토끼처럼
항상 생각에 빠져 사는 삶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이적처럼 노래할 수 있다면,
어쨌든
이적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