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새벽에 눈을 감았을 때,

너는 그대로 내 앞에 앉아 웃고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맨 바닥을 스치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 눈을 떴을 때,
어지럽게 흩어진 이불과 저 멀리 던져진 핸드폰 사이로
후회와 성급함에 가득찬 채 쓰러진 나를 보고서야 비로소 꿈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으면 이어지는 헛된 공상들
눈을 뜨면 다가오는 무기력한 현실감

내가 싫어, 내가 싫어 일어났을 때
밀려드는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실망.
애써 열어재친 문을 다시 걸어잠궈야 하는 쓸쓸함을 뒤로 하고

지저분하게 변해버린 일상
무의미한 몸짓과 웃음
나를 피해 달아나고 싶은 충동들을 함께 한채
오랜 피아노 위를 앉았다.

눈이 감긴다
손은 건반 위를 달리고,
비어버린 철 저금통이 때때로 울어댄다.

바람은 차고
마음은 붐비고
몸은 거칠어

방 안을 울리는 리듬이 울음을 잠재워낸다

서른 살이 되어 정말 싫은 건,
사람들의 숨겨진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겠어.
그게 너무 싫어

방 안을 울려대는 소리들도.


:

시의 생성

카테고리 없음 2010. 7. 24. 18:22 |
 
내가 보기에,
시는 다음 두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익숙한 단어들의 익숙하지 않은 조합, 혹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의 익숙한 조합

이 과정이 행과 연의 모든 층위에서 익숙하지않게 반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낯설어지면 곤란하다




건방진가? 그럴수도.

2010. 07. 25.
:

반복

카테고리 없음 2010. 5. 8. 23:09 |
 
 기억은 되풀이되어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만든 벽에 갇혀, 하루를 고통스레 흘리고 있었다.

 미안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곤 했었다.
 
 애써 눈을 피해 멀리하던 벽들이
 피할곳 없이 사방을 조여왔지만

 여전히 나는 두 손을 만지작 거리며 그렇게 되뇌이고 있었다.

 이 지독한 고요의 순간에
 네가 노크하여 손 내밀어 준다면.

 나를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매몰찼던 나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견뎌내고 있었다.

 단 하나의 눈물이
 이 모든것을 깨어낼지 몰라.

 고독은 되풀이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

 2010. 4.19 ~ 2013.4.18

 경상북도 문경시 공중보건의

 1년차 근무지 - 동로보건지소
:
 
 공중보건의를 향한 부끄러운 첫걸음

 3월 18일 ~ 4월 15일 논산훈련소 입소.

:

Me. Myself

카테고리 없음 2010. 1. 30. 00:19 |

내가 얼마나 많은 순간을
울부짖고 억누르며 살고 있는지
너는 알지 못할거야

가슴 속이 납덩어리로 가득찬 것 마냥
나는 무게에 짓눌려서 오늘도 겨우 잠들고 있어

그리고 그 사이로 찾아오는 열정의 순간들이
바위 틈을 녹이는 열기마냥 나를 일깨우는데

이 시간이 언젠가 끝나지 않아도 좋아.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는거라면

세상은 차라리 있지 않아도 좋아.

2010. 01. 29.

:

회상

카테고리 없음 2009. 12. 13. 22:08 |


회상 (2008.10.21 20:17)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때

나는 알아 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 라는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 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놀라서 있던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떠나 버린 그 사람

생각나네

돌아선 그 사람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났느냐고

하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미운건 오히려 나였어,
2008. 10. 18
:

:

드디어

카테고리 없음 2009. 10. 29. 21:14 |

드디어 !

8일만에 Status가 바뀌었다.



Manuscript under EDITORIAL consideration 으로 !

그니깐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거냐 하면,

Manuscript가 Review를 갔다는 의미다 !!
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Review를 가면, Corresponding author에게 메일이 가도록 되어있다..
근데 아직 안 왔다고 하시니 좀 더 기다릴 수 밖에..

Nature Neuroscience 1년에 제출되는 7000 편의 논문 중에
대략 2000편이 Review를 가고
그 중 약 700편만이 Accept을 받는다.

그니깐

첫번째 관문은 통과했다는 의미일거야
아마.

2009. 10. 29
Manuscript under editorial consideration

:

벌써 7일째다.
한밤중에 저절로 눈이 떠져서 시계를 확인한지가

Nature Neuroscience에 논문을 제출한지 만 7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Editor로부터 소식이 없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Nature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Initial Decision을 일주일 이내에 내려준다고 되어 있다. (물론 가능하면)
이전에 Nature에 제출한 논문은 4일만에 Reject 메일이 왔다.
Science는 business day로 단 3일 만이었다.

(개인적으로 Nature의 Reject메일이 훨씬 더 친절하다. 자신감을 복돋아 준다고 할까 )

거의 하루에 10번씩 Nature Neuroscience manuscript tracking system을 들어가보면
나의 논문은 겨우겨우  '살아' 있다.



만약 바로 Reject이 되면 저 글이 이렇게 바뀐다.
Live manuscript -> Post Decision manuscript

그런데 아직 바뀌지 않았으니 저 글자를 볼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7일 째 살아있다


Nature neuroscience Editor에 의하면, 1년에 무려 6000건의 논문을 Reject한다고 하는데,
이는 제출된 논문의 90%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neuroscientist들이 제출한 우수한 논문의 90%가 Reject당한다.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출된 논문의 30~35%만이 Peer Review를 받기 위해 '선택' 된다.
1달 간 Review를 기다리고 나면,
그들 중 다시 70%가 날카로운 코멘트와 함께 탈락한다.

오직 10% 만이 Nature Neuroscience에 실릴 기회를 얻는다.

나는 아직 처음 30%에도 못 속했지만,
7일간 나의 논문이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 내가 살아 숨쉬는 것 만큼이나 행복하다.

다들 7일 정도 걸리는 것은 아닐까?
Nature Blog에 9일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고 항의한 사람이 있는 것 보면,
7일이 이례적으로 긴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Editor들이 고민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둘 중 하나

Editor가 업무량이 너무 많아 '깜박' 했거나
적절한 Reviewer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거나

착각이어도 좋다.

언제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가 가장 행복하니깐

Attention modulates the temporal dynamics of eye blinking
Candidates for Articles of Nature Neuroscience

p.s.
다소 놀라운 것은 Nature Neuroscience의 Editor는 단 6명이다.
그리고 그 중 5명은 여성이다.

200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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