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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의 일상

ojihoon 2012. 6. 1. 00:02

1.

개가 짖는다 

밤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집 앞 작은 밭을 지키는 개 한마리가 무섭게 짖어댄다 


처음에는 사람을 보고 짖는다 생각했지만 

이곳은 9시만 넘어도 지나는 이가 없는 곳이다. 


달을 보고 짖는 것도 아니다. 

달은 지금 구름에 가려 

개의 시선 반대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관사 위의 깃발들이 펄럭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같이 바람이 잠잠한 날에도 녀석은 끊임없이 짖고 또 짖는다 


2.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개가 짖은 후 1~2초 후에 멀리서 다른 개가 응답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거야! 

이 녀석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군! 


하지만 

제 소리가 산에 부딪혀 오는 메아리임을 

누렁이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3.

나의 잠을 깨우는 얄미운 녀석에게

돌을 하나 집어 던지려다가 문득, 


1년이 지나 이곳을 떠나면, 네가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커다란 울음소리에 나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4.

나는 어렸을 적부터 현재가 몇 초인지 참 궁금했다.

나는 과연 몇 초를 현재로 인식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이 작은 질문이 31살의 나를 아직도 과학의 깊은 바닥에서 놓아주지 않고 있다. 


5.

우리는, 우리가 잊혀지지 않을만큼만을

현재로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익숙해진 개 짖는 소리도, 간간히 나를 깨우며 '현재'를 알려주고 

깃발의 펄럭이는 소리도, 잊혀지지만 하면 다시 귓가를 맴돈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현재는,

잊어비리려는 내부의 나와, 잊혀지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외부의 것들의 싸움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애써 잠이 든 순간에도, 나는 잊혀지지않기 위해 꿈을 꾸고 있다. 


아무 것도 나타나지않은 아직까지도. 


2012. 06. 01. 00:01 @ San-b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