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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예감
ojihoon
2010. 12. 22. 23:37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늘까지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신춘문예 응모 탈락을 의미한다.
몇 번이고 되새기며 살핀 작년의 당선 인터뷰 기사가 23일에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슬픈 건,
오랫만에 다시 열어본 나의 시 들이
너무나 맘에 들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
서로를 끈끈이 이어내지 못하는 행과 연들
충분히 낯설어진 후의 내 눈은
지난 1년을 행복케 했던 나의 시 구절들이
한낱 어설픈 초보 지망생의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왜 나는 그 전에 이런 낯선 시선을 가져내지 못했을까
왜 단어와 문장들에 파묻힌 채,
행과 행이 만들어내는 더 큰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지 못했을까
또다시 밤새워 단어들을 고쳐내고 싶어도,
지금은 더 이상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내지 못하는 성급함
마음 깊이 기대한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조바심
무엇보다,
끊임없이 기대와 희망을 만들어내는
내 이기적인 머리 속이
오늘은 온갖 실패들로 가득찬 채 넘쳐 흐른다
무엇이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가슴을 뛰어대는 추억,
손끝을 스쳐가는 건반의 입맞춤,
눈꺼풀을 떨려내는 동로의 추위도
모두 싫어
너무나 싫어
그저 잊지못해 살아갈뿐.
2010. 12. 22. @ Dong-Ro